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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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KAWAI 초청 연주 리뷰

좋은 음악을 향한 집념 ‘Hamana 2015’

‘HAMANA 2015’는 가와이 초청공연을 바탕으로 한국에서의 지속적인 음악적 도모와

교육 및 연주를 위해서 모인 단체이다.


우리는 다양한 음악적 자극속에서 시대를 살아내는 음악인으로서 담론을 계속하며 한국에서도 지속적인

음악적 도모를 해야한다는데 마음을 같이 했다. 이렇게 탄생하게 된 HAMANA 2015.

 


  

한국의 Cosmos 악기사와 일본의 Kawai 초청으로, 일본의 하마마츠 시에서의 공연이 성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는 새로운 소리의 탐험과 새로운 관객, 새로운 도시를 모험할 생각으로, 설렘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피아니스트 박성미, 오경란, 박로사, 김선주, 김선희, 박양희, 정승미, 남희정, 이지영, 이호연) 한창 바쁜 기말 기간을 막 벗어나, 어깨를 짓누르던 수많은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라는 면에서도 우리는 어린 소녀들처럼 공항에서 들떠 있었다.

 

제9회 하마마츠 국제 콩쿨로 한층 뜨거웠던 분위기

몇 년 만에 불어 닥친 한파와 눈으로 겨울 왕국이던 한국과 달리, 일본 동남부 시즈오카 현의 하마마츠 시는 12월임에도 매우 온난하고 부드러운 공기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숙소는 바로 하마마츠 콩쿨이 열리는 연주 홀 바로 앞이었다. 하마마츠 시는 가와이 피아노와 야마하 피아노가 태어나는 악기의 고장으로, 때마침 열리고 있던 제9회 하마마츠 국제 콩쿨로 인해(이 콩쿨은 우리나라의 조성진 군이 어린 나이에 1등을 하여, 한국음악계에 이름을 부각시키고, 세계 무대로 나가는 기회가 되었던 콩쿨이다) 연주 홀 앞은 수많은 현수막과 참가자들의 사진이 걸려 있어 한층 축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단정하고 깔끔한 일본 숙소에서(콩쿨 참가자들도 함께 묵고 있는 숙소) 연주에 대한 긴장감을 안은 채 하루 밤을 보낸 뒤, 연주 준비를 마치고 공연장으로 가는 동안 조용하면서도 편리하고 정리된 일본의 작은 도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드디어 가와이 공장에 도착했다. 우리는 일단 공장 부지의 어마어마한 규모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미국의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온 듯 끝을 알 수 없이 지평선까지 이어진 넓은 공장 부지와 산업시설이라고 느낄 수 없을 만큼 야자수를 비롯하여 수풀이 잘 가꾸어진 친환경적 분위기에 어리둥절했다. 우리는 모두 미국, 유럽 등지에서 공부는 물론, 연주활동으로 다양한 도시 경험과 악기 공장을 방문한 경험이 있었지만, 이렇게 거대한 피아노 공장은 처음이었다.

 

음악과 소리에 대한 진정한 이해 ‘교감’

연주장에 도착해 보니, 너무나 아름다운 가와이가 우리를 맞아 주었다. 하나는 일반 디자인의 가와이였고, 하나는 동양적 아름다움을 뽐내는 가와이였다. 연주장은 옛 유럽식 목재 바닥이었고, 울림이 풍성한 공간이었다. 연습실 또한 오래된 그림과 분위기가 유럽의 오랜 건물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연주장은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밀접하고 청중의 반응을 직접 느끼며 소통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였다. 연주가 시작되자, 착석한 청중들은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음악에 집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소리에 민감한 청중을 가진 우리는 사뭇 긴장 되었지만, 또한 음악과 소리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진실된 교감이 감동적이었다. 일본에서 만난 관객들은 매우 열심이었고, 생각을 많이 하며 매우 진지했다. 우리는 다양한 곡을 연주했는데, 무엇보다 새로 개발된 가와이의 액션(건반의 길이를 좀 더 길게 하여, 지렛대의 원리상, 적은 힘으로 쉽게 타건이 예민하고 빠르게 되는 새 특허 기술)으로 인해 고르고 정교한 연타와 섬세한 뉘앙스의 즐거움을 맛보았다.

 

소리가 없는 무음실, 연주자의 책임감 느낄 수 있어

연주 후, 우리를 초대한 가와이 측과 간단한 점심과 담소 후, 피아노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공장견학의 기회가 주어졌다. 피아노의 구조에 관해 관심이 많던 나는 수만 가지의 부품과 그것들이 제 구실 하기 위해 걸리는 많은 시간과 작업이 매우 흥미로웠다. (연주자가 직접 연주장의 피아노를 자신에 맞게 조율하거나, 연주자와 피아노 제작자와의 긴밀한 관계는 피아노 연주사에 자주 언급되어 있다.) 물론 회사 측의 보안 유지를 위해 사진은 금지되었다. 특히,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무음실이었다. 독일에서도 무음실을 구경해 보긴 했지만 직접, 일정 시간 들어가본 적은 없었는데, 마치 영화 ‘큐브’에 나오는 공간처럼 공중에 매달린, 소리가 차단된 공간은, 내게 마치 공기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곳에서 더 정밀한 소리를 찾아내려는 치열함을 느낄 수 있었고 연주자가 지녀야 할 책임감을 느끼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음악을 특성화 한 도시 ‘하마마츠’

다음 날에는 악기박물관을 관람했다. 다양한 악기, 특히 책으로만 공부하던 온갖 오래된 역사적 건반 악기를 다 볼 수 있었다. 이론으로만 알던, 추상적인 부분들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었다. 또 다양한 피아노 소리에 대한 새로운 악기 개발 아이디어들도 흥미로웠다. 드뷔시가 미혹되었던, 가믈란부터 다양한 악기와 소리를 보고 체험하는 즐거운 시간이었는데, 이 박물관이 하마마츠 시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점과 한 도시가 음악을 위해 이렇게 투자하고 가꾼 도시의 특성화와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요즘 대학의 구조조정과 프라임 사업으로 곤경에 처한 안타까운 한국의 예술교육현장과, 비슷비슷한 먹거리 문화와 특성화로만 대부분인 한국의 중소도시가 머릿속에 오버랩 되며, 한편으로는 부럽고 씁쓸했다. 박물관을 둘러본 뒤, 하마마츠 국제 콩쿨과, 축제 중 하나인 마스터 클래스를 관람했다. 세계의 핫한 어린 학생들을 볼 수 있었던 점과, 콩쿨 심사위원의 음악적 견해와 깊이를 직접 나눌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특히 유럽에서 뵈었던, A.Jasinski 교수님(Pianist Christian Zimermann의 스승이자 세계 주요 콩쿨 심사위원이신데, 하마마츠 이번 콩쿨에도 심사 오셨다)을 뵙게 되어서 너무 반가웠다.


 

 

대체 불가능한 기술과 능력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마스터 클래스를 보러온 청강생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중 일반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모두 음악을 사랑하고 더 알고 싶어 하는 호기심에, 레슨 내용을 귀를 곤두세우고 듣고 기록하는 모습, 그리고, 그것을 일본어로 통역을 해주고 있는 시스템에, 우리보다 한발더 빨리 쉽게 음악에 접근하는 환경과 노력, 집념이 부러웠다. 오는 길에 지하철에 게시된 역대 콩쿨 우승자 중 우리의 조성진 군을 만날 수 있어서 얼마나 기뻤는지! 그나마 자존심을 회복시켜 주었다. 그리고 도착한 콩쿨 현장에는 모든 참가자의 사진과 그 위에 각 round 통과 여부가 표기되어 있어 콩쿨의 긴장감이 온전히 전해졌다. 저녁 만찬에 만난 가와이 사장님은, 이번 콩쿨 본선 진출자 중 대부분이 자사의 피아노를 선택했다며 흥분해 있었다. 일정상, 마지막 Final은 보지 못하고 왔는데, 가와이 피아노를 선택한 연주자가 결국 1등을 했다고 한다. 덧붙이자면, 연주자에게 피아노 선택의 로비는 금지되어있고, 연주자들도 자신의 미래가 걸려 있으므로, 왜곡된 선택은 하지 않는다. 비행기 스케줄을 미루고 마지막 파이널까지 보고 오신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섬세함은 더 좋을지 모르나, 아직은 스타인웨이의 저력 있는 호소력, 뚫고 나오는 소리의 힘은 미치지 못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온 도시가 이렇게 광적으로 음악과 좋은 소리를 향해 다양한 방법으로, 그리고 기본을 절대 놓치지 않고 애를 쓰는데, 언젠가는 넘어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정말 위대함은 하루아침의 재주가 아니라는 것을, 대체 불가능한 능력과 기술은 그리 호락호락한 것이 아님을, 우리가 모든 분야에서 추구해야 할 것은 바로 이런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한국도 문화예술의 힘을 다각적으로 키우는 시스템 필요

이야기 도중 한국 내 연습실에 있는 가와이의 문제점을 꺼냈다. 그러자 일본 가와이 MAP (세계 가와이 중요 기술자)는 직접 한국에 와서 내 피아노의 문제점을 고쳐주고, 그 외의 문제까지 장장 6시간에 걸쳐 애프터서비스를 해주었다. 단지 직원인데, 자신의 일에 대한 자존심과 장인정신으로 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진정한 글로벌이란 변화하는 분위기에 따라 표류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 확실한 자기 영역의 전문화와 헌신, 그리고 사랑이 아닐까 싶다. 그 곳 사장님의 소탈한 품성, 콩쿨 소식에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던 모습 또한, 이 일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예술가와 그리고 교육자들이 단 한 명의 조성진, 김선욱, 문지영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 지속적인 문화예술의 힘을 다각적으로 키워야 하는 사회전체의 노력과 시스템을 구축해야겠다는 사명감을 모두가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그리고, 음악가로서 음악을 만들고 생각하며, 전보다 더욱 가까워졌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계속적인 음악적 도모를 해야 한다는 데 마음을 같이 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HAMANA 2015!. 지난 4월 24일 ‘봄날에 전하는 피아노 일기’란 제목의 음악회로 우리의 마음을 확인하였다.(다양한 ‘우리’가 모여 얼마나 다채로운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는지…)

이번 연주 여행은 내 음악, 내 안의 피아노, 나의 일, 내 학생들에 대한 사랑을 지켜내고 더욱, 소중히 가꾸어 나가야겠다는 마음을 한가득 안고 돌아온 귀한 시간이었다.

피아니스트 김선주


 

 

Hamana 2015 단원 소개

 

Pianist 박성미

서울예고, 한양대 졸업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 석사, 템플대 박사 수료

현) 협성대 교수, Nomos Trio 주자, SMCircle Leader, CMS International Artist

 

Pianist 박로사

이화여대 졸업, 프랑스 에꼴 노르말 졸업

현) 선화예고, 서울예고, 니스 아카데미2015 교수

 

Pianist 오경란

한양대 졸업 (학사 & 석사)

미국 Kansas 음악 대학원 졸업

현) 가톨릭 관동대 교수

 

Pianist 김선주

서울예고, 이화여대 졸업(이화를 빛낸 학생)

독일 뒤셀도르프 국립음대 Diplom & Konzertexamen(최고연주자과정) 졸업

독일 쾰른 국립음대 음악 교육학 수료

현) 협성대 겸임교수, 가톨릭 관동대, 강릉원주대, 성결대, 한영신학대, 강원예고 출강

 

Pianist 김선희

한양대 졸업(수석), 상명대 석사

미국 노스텍사스대 연주학 박사 (DMA)

상명대, 협성대, 서울 신학대 강사 역임

현) 한국피아노두오협회, 한국피아노교수협의회 정회원

 

Pianist 남희정

미국 이스트만 음대 학사 및 박사(DMA)

미국 줄리아드 음대 석사(MM)

현) 성결대 교수

 

Pianist 박양희

한양대 졸업

미국 인디애나 음대 피아노 연주 석사(MM), 전문 연주자 과정 졸업

미국 일리노이 음대 하프시코드 연주 석사, 피아노 연주 및 문헌 박사(DMA)

현) 협성대, 명지대 예술 종합원, 문화예술대학원 출강

 

Pianist 이지영

예원, 서울예고, 이화여대 졸업

미국 이스트만 석사(MM), 신시내티 박사(DMA)

현) 협성대, 서울종합예술학교 출강, CM trio 멤버

 

Pianist 이호연

협성대 졸업(수석 입학), 미국 가톨릭대 졸업(MM), 및 박사 수료

협성대 강사 역임

현) 유나이티드 문화재단 기획실장, 한국 리스트 협회 회원

 

Pianist 정승미

선화예고, 이화여대 졸업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 석사, 럿거스 음대 박사(DMA)

현) 이화여대 초빙교수, 국립 한국 교통대, 선화예중·고, 고양예고, 덕원예고 출강

 

                                                                             -음악춘추 6월호